서울 공기업 백서 제작, 10년의 이야기를 녹여 낸 원고 기획
10년의 자료, 무엇부터 써야 할까요?
서울시설관리공단 고척스카이돔 10년 백서 제작 사례
공기업 백서 제작을 준비하다 보면 자료를 모으는 일만큼이나 순서를 잡는 데 손이 갑니다. 남겨야 할 기록은 많고, 사진도 골라야 하고, 하나하나 설명을 붙이다 보면 글은 자꾸 길어집니다. 그런데 막상 처음부터 읽어 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죠. 자료는 모였는데,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고척스카이돔 개장 10주년을 기념하는 서울시설공단 백서를 만들 때도 원고 기획에 공을 들였습니다. 지난 10년의 발자취와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어야 했거든요. 기록 하나하나를 챙기는 동시에, 이 많은 내용을 어떤 이야기로 엮을지부터 정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원고의 방향은 어디서부터 잡으면 좋을까요? 이번 서울 공기업 백서 제작 이야기는 자료를 펼쳐 놓고, 글을 쓰고, 담당자와 의견을 맞춰 가던 과정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자료를 정리할 기준부터 세웁니다
백서에 넣을 자료를 살펴보다 보면 어느 것 하나 쉽게 빼기 어렵습니다. 기관 입장에서는 모두 의미 있는 기록이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내용을 같은 무게로 다루면 책이 길어질수록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돌아가야 할 곳은 발간 목적입니다. 누가 읽을 책인지, 읽고 나서 무엇을 기억했으면 하는지. 이 두 가지가 잡혀야 어떤 내용을 앞에 놓고, 어디에 설명을 더 보탤지 정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시설이 걸어온 역사를 보여주려는 책과 주요 성과를 소개하려는 책은 같은 자료를 놓고도 순서가 달라질 수 있죠.
이번 백서에서는 고척스카이돔의 발전 과정과 주요 성과를 쉽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10주년을 맞아 지난 시간을 돌아보되, 그 기록이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해 보는 계기로도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기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할 때도 이 목적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자료마다 자리를 잡아 주면, 원고를 쓰다가 분량이 늘어나더라도 무엇을 남겨야 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처음 세운 기획이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죠.
사진을 많이 넣을 예정이라면 원고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이번 백서는 사진을 중심으로 보여주자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고척스카이돔은 야구장인 동시에 여러 행사가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하죠. 그 안의 생동감을 전하려면 현장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는 편이 좋겠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많이 넣으면 그만큼 원고 분량도 줄어드는 걸까요? 사실 마냥 그렇다고는 보기 어려운 게, 사진으로 분위기를 느낄 수는 있어도 그게 왜 중요한지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어떤 순간을 담은 사진인지, 앞뒤 이야기와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글이 짚어 줘야 할 부분이 남습니다.
그래서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섹션별 본문을 쓰면서 주제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갔습니다. 이때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는 모습을 길게 설명하면 글이 늘어집니다. 반대로 설명을 너무 덜어내면 독자는 그 장면의 의미를 놓치기 쉽고요. 원고의 분량도 그 사이에서 조절해야 합니다. 몇 줄을 썼는지보다, 사진 옆에 놓였을 때 필요한 이야기가 충분히 전해지는지를 보는 겁니다.
구성안은 함께 들여다볼수록 명확해집니다
원고의 큰 흐름이 잡히면 고민은 한층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이 내용은 어느 섹션에 넣으면 좋을지, 섹션명만 보고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을지, 책 전체를 아우를 제호는 무엇이 좋을지. 본문을 쓰는 사이에도 계속 살펴야 할 것들입니다. 서울시설공단 백서 또한 담당 선생님들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눴습니다. 별도의 기획 미팅도 진행했고요. 의견을 주고받는 동안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점차 원고의 형태를 잡아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와 제작자가 들여다보는 지점은 조금씩 다릅니다. 담당자는 기관에서 꼭 남겨야 할 기록을 잘 압니다. 제작자는 그 이야기를 처음 읽는 사람이 어디에서 설명을 더 필요로 할지 살피게 되죠. 기관 안에서는 익숙한 내용도 책 밖의 독자에게는 낯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초안을 놓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말로만 나눌 때는 막연했던 의견도 실제 문장과 목차를 보면서 훨씬 구체적으로 짚을 수 있습니다.
서울 공기업 백서 제작을 고민 중이라면
한 부분씩 쓸 때는 괜찮아 보이던 글도 처음부터 이어 읽으면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에서 꺼낸 이야기가 뒤에서 잘 이어지는지, 설명이 부족해 독자가 멈출 만한 곳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죠. 이번에는 영문판도 예정되어 있어 번역과 영문 조판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 발간물인 만큼 용어를 정확하게 옮기고, 책에 어울리는 문체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다른 언어로 옮긴 원고가 지면에 들어가는 과정까지 꼼꼼한 검수가 이어졌습니다.
백서를 만드는 동안에는 앞선 단계로 눈을 돌릴 일이 생깁니다. 사진의 비중을 정하다가 글의 분량을 다시 보기도 하고, 구성안을 논의하다가 섹션별 내용을 다듬기도 합니다. 이렇게 쓰고, 함께 읽고, 다시 손보는 사이에 처음에는 흩어져 있던 기록들이 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고척스카이돔의 10년을 담는 작업도 그랬습니다. 한 권의 책을 펼쳤을 때 자연스럽게 읽히는 이야기 뒤에는 이런 과정이 녹아 있는 것이죠. 백서의 첫 장을 쓰기 전,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지 충분히 나눠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