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150개, 백서 한 권에 담을 수 있을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제 전공, 나중에 뭘 할 수 있어요?"입니다. 정작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자료는 드뭅니다. 학과 홈페이지는 조각조각 흩어져 있고, 상담은 시간이 한정적입니다. 선배나 교수님께 물어봐도 그 사람의 경험 안에서만 답을 얻을 뿐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다전공, 융합전공까지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학생 혼자 정보를 모으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이 공백을 책 한 권으로 메웠습니다. 150개 전공의 커리큘럼과 진로 정보를 묶은 전공백서입니다. 단순한 학사 안내서가 아니라, 학생이 4년, 나아가 졸업 이후까지 그려볼 수 있는 자료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공백서는 기존에 발간했던 백서보다 정보량이 훨씬 많아,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보 정리 방식을 새로 고민해야 했습니다.
정보량이 많을수록 순서가 아니라 접근성이 문제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분량이 아니라 사용성이었습니다. 전공이 150개면 페이지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문제는 학생 대부분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자기 전공, 혹은 관심 있는 두세 개 전공만 찾아봅니다. 순서대로 읽히는 책을 만들면 정작 필요한 페이지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 백서는 목차를 따라가는 구조 대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내용은 세 갈래로 나눴습니다. 첫째는 나에게 맞는 전공을 찾는 방법론입니다. 적성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질문형 콘텐츠로 구성했습니다.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싶은지를 스스로 점검하게 하는 흐름입니다. 둘째는 단과대학별 교과 과정과 진로 데이터입니다. 전공별 필수 과목, 다전공 조합, 졸업 후 진로 통계까지 담아 실질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합니다. 셋째는 선배 인터뷰입니다. 숫자로 담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야기, 이를테면 전공 선택의 이유나 진로를 바꾼 계기 같은 내용을 생생한 목소리로 보완했습니다. 예를 들어 복수전공을 고민하다 진로를 완전히 바꾼 선배의 이야기는 통계 자료 한 페이지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이 세 갈래를 페이지마다 같은 위치에 배치해서 독자가 규칙을 한 번만 익히면 어디서든 빠르게 정보를 찾도록 했습니다.
같은 틀 안에서 다른 정보를 담는 법
전공마다 다루는 내용은 다르지만, 페이지 틀은 똑같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만약 전공마다 레이아웃이 제각각이었다면 학생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 적응해야 했을 겁니다. 대신 어느 전공 페이지를 펼치든 교과 과정, 진로 데이터, 선배 목소리가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제목 위치, 표 형식, 색상 규칙까지 통일해서 익숙함이 곧 편리함이 되도록 했습니다. 처음 몇 페이지만 살펴봐도 나머지 150여 개 전공 페이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자연히 감이 잡히는 방식입니다.
텍스트가 몰리는 페이지 사이사이엔 인포그래픽 페이지를 끼워 넣어 눈이 쉬어갈 틈도 만들었습니다. 숫자와 통계는 표보다 그래프로, 절차와 흐름은 문장보다 도식으로 바꿔 읽는 속도를 높였습니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텍스트 밀도와 여백을 페이지마다 다르게 조절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진로 데이터가 많은 페이지는 여백을 넉넉히 두고, 인터뷰가 중심인 페이지는 사진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각 콘텐츠에 맞는 호흡을 살렸습니다. 단과대학별로 상징 색을 다르게 적용해서, 손끝으로 책배만 훑어도 원하는 단과대학 페이지를 바로 찾을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띕니다.
종이 한 장까지 신경 쓴 이유
정보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이 물성입니다. 분량이 많은 책일수록 종이가 얇으면 뒷면 글씨가 비치고, 두꺼우면 책이 무거워져 오래 들고 다니기 어렵습니다. 90g 인스퍼 러프지를 내지로 고른 이유입니다. 이 종이는 뒷면 비침이 적으면서도 필기가 가능해서, 학생이 직접 메모하며 참고서처럼 쓸 수 있습니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감안하면 종이 한 장의 두께 차이가 책 전체의 무게와 두께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여러 종의 용지를 직접 대보고 최종 선택했습니다.
표지는 벨벳 코팅 위에 에폭시와 은박을 얹었습니다. 벨벳 코팅은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스크래치를 막아주고, 에폭시와 은박은 타이틀에 입체감을 더해 서가에 꽂혔을 때도 눈에 띄게 합니다.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과 시선을 끄는 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은 선택입니다. 정보와 물성, 이 두 축이 함께 갖춰졌을 때 비로소 학생이 신뢰하는 자료가 됩니다. 결국 좋은 종이와 후가공은 장식이 아니라, 학생이 이 책을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학교 로고나 상징 요소를 억지로 강조하기보다, 학생이 실제로 참고할 때 걸리적거리지 않는 정도로만 절제해서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책 한 권으로 150개 전공을 다 담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정보의 양보다 찾는 방식이 먼저"라는 겁니다. 아무리 방대한 자료라도 독자가 원하는 걸 빠르게 찾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보가 많다고 좋은 백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정보를 학생 입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게 해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전공백서 제작을 고민 중이시라면 정보 정리부터 종이 선택까지 함께 풀어드릴게요.
공공기관, 교육, 정책
서울대학교 전공백서 2025 제작
EXPAND YOUR FUTURE, BEYOND YOUR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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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설명
서울대학교 전공설계지원센터의 '서울대학교 전공백서 2025' 제작을 진행했습니다. 'EXPAND YOUR FUTURE, BEYOND YOUR MAJOR'라는 슬로건을 역동적이고 볼드한 타이포그래피로 레이아웃하여 시각적 임팩트를 주었습니다. 깔끔한 화이트 바탕에 전공 간의 융합과 확장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컬러 칩과 세련된 선 그래픽 요소를 더해, 대학 백서 특유의 미래지향적이고 전문적인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표지 소프트코팅 / 은박 / 에폭시 - 클라이언트 서울대학교 전공설계지원센터
- 작업범위 기획, 원고집필, 디자인, 인쇄 및 제작
- 작업기간 7개월
- 규격/페이지 220*280mm / 360p
- 업종
전공 150개, 백서 한 권에 담을 수 있을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제 전공, 나중에 뭘 할 수 있어요?"입니다. 정작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자료는 드뭅니다. 학과 홈페이지는 조각조각 흩어져 있고, 상담은 시간이 한정적입니다. 선배나 교수님께 물어봐도 그 사람의 경험 안에서만 답을 얻을 뿐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다전공, 융합전공까지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학생 혼자 정보를 모으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이 공백을 책 한 권으로 메웠습니다. 150개 전공의 커리큘럼과 진로 정보를 묶은 전공백서입니다. 단순한 학사 안내서가 아니라, 학생이 4년, 나아가 졸업 이후까지 그려볼 수 있는 자료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공백서는 기존에 발간했던 백서보다 정보량이 훨씬 많아, 기획 단계에서부터 정보 정리 방식을 새로 고민해야 했습니다.
정보량이 많을수록 순서가 아니라 접근성이 문제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분량이 아니라 사용성이었습니다. 전공이 150개면 페이지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문제는 학생 대부분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자기 전공, 혹은 관심 있는 두세 개 전공만 찾아봅니다. 순서대로 읽히는 책을 만들면 정작 필요한 페이지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 백서는 목차를 따라가는 구조 대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내용은 세 갈래로 나눴습니다. 첫째는 나에게 맞는 전공을 찾는 방법론입니다. 적성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질문형 콘텐츠로 구성했습니다.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싶은지를 스스로 점검하게 하는 흐름입니다. 둘째는 단과대학별 교과 과정과 진로 데이터입니다. 전공별 필수 과목, 다전공 조합, 졸업 후 진로 통계까지 담아 실질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합니다. 셋째는 선배 인터뷰입니다. 숫자로 담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야기, 이를테면 전공 선택의 이유나 진로를 바꾼 계기 같은 내용을 생생한 목소리로 보완했습니다. 예를 들어 복수전공을 고민하다 진로를 완전히 바꾼 선배의 이야기는 통계 자료 한 페이지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이 세 갈래를 페이지마다 같은 위치에 배치해서 독자가 규칙을 한 번만 익히면 어디서든 빠르게 정보를 찾도록 했습니다.
같은 틀 안에서 다른 정보를 담는 법
전공마다 다루는 내용은 다르지만, 페이지 틀은 똑같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만약 전공마다 레이아웃이 제각각이었다면 학생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 적응해야 했을 겁니다. 대신 어느 전공 페이지를 펼치든 교과 과정, 진로 데이터, 선배 목소리가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제목 위치, 표 형식, 색상 규칙까지 통일해서 익숙함이 곧 편리함이 되도록 했습니다. 처음 몇 페이지만 살펴봐도 나머지 150여 개 전공 페이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자연히 감이 잡히는 방식입니다.
텍스트가 몰리는 페이지 사이사이엔 인포그래픽 페이지를 끼워 넣어 눈이 쉬어갈 틈도 만들었습니다. 숫자와 통계는 표보다 그래프로, 절차와 흐름은 문장보다 도식으로 바꿔 읽는 속도를 높였습니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텍스트 밀도와 여백을 페이지마다 다르게 조절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진로 데이터가 많은 페이지는 여백을 넉넉히 두고, 인터뷰가 중심인 페이지는 사진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각 콘텐츠에 맞는 호흡을 살렸습니다. 단과대학별로 상징 색을 다르게 적용해서, 손끝으로 책배만 훑어도 원하는 단과대학 페이지를 바로 찾을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띕니다.
종이 한 장까지 신경 쓴 이유
정보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이 물성입니다. 분량이 많은 책일수록 종이가 얇으면 뒷면 글씨가 비치고, 두꺼우면 책이 무거워져 오래 들고 다니기 어렵습니다. 90g 인스퍼 러프지를 내지로 고른 이유입니다. 이 종이는 뒷면 비침이 적으면서도 필기가 가능해서, 학생이 직접 메모하며 참고서처럼 쓸 수 있습니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감안하면 종이 한 장의 두께 차이가 책 전체의 무게와 두께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여러 종의 용지를 직접 대보고 최종 선택했습니다.
표지는 벨벳 코팅 위에 에폭시와 은박을 얹었습니다. 벨벳 코팅은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스크래치를 막아주고, 에폭시와 은박은 타이틀에 입체감을 더해 서가에 꽂혔을 때도 눈에 띄게 합니다.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과 시선을 끄는 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은 선택입니다. 정보와 물성, 이 두 축이 함께 갖춰졌을 때 비로소 학생이 신뢰하는 자료가 됩니다. 결국 좋은 종이와 후가공은 장식이 아니라, 학생이 이 책을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학교 로고나 상징 요소를 억지로 강조하기보다, 학생이 실제로 참고할 때 걸리적거리지 않는 정도로만 절제해서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책 한 권으로 150개 전공을 다 담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정보의 양보다 찾는 방식이 먼저"라는 겁니다. 아무리 방대한 자료라도 독자가 원하는 걸 빠르게 찾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보가 많다고 좋은 백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정보를 학생 입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게 해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전공백서 제작을 고민 중이시라면 정보 정리부터 종이 선택까지 함께 풀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