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와 함께한 관공서 백서 제작 이야기
관공서 백서 제작, 원고만 있으면 끝?
포천시 2021 코로나-19 백서 제작 사례
관공서에서 백서를 한 번이라도 맡아본 분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원고만 모인다고 해서 책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요. 자료는 진작에 취합해 두었는데 막상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만 하면 목차부터 흔들리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부서별로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이 제각각 다르다 보니 이를 다시 맞추는 데 또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요. 어떤 경우에는 디자인 시안이 나오고 나서야 도표나 사진 등 누락된 요소가 보이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관공서 백서 제작은 짧게는 3개월, 길면 6개월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포천시 2021 코로나-19 백서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작됐습니다. 총 140쪽에 이르는 많은 내용을 어떻게 한 권 안에 정리했는지,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구조가 흔들리면 나머지도 흔들립니다
자료가 많을수록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문장보다 순서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를 자주 놓치곤 하죠. 무엇을 앞에 두고 뒤로 빼면 좋을지, 또 독자가 처음 10페이지 내로 전체적인 맥락을 잡게 할 것인지 등등... 이런 판단이 처음부터 명확하게 잡혀 있지 않으면 결국 나중에 가서 계속 고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 2021 코로나-19 백서는 원고 취합에 앞서 큰 구조부터 잡아 주었습니다. 처음부터 상세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우선 당시 포천시 현황을 개괄적으로 서술한 뒤 이후 세부 항목별로 확인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관공서에서 배포하는 백서의 경우 이번 사례처럼 분량이 많을 때가 잦은 만큼, 더더욱 이 같은 기획 구성 단계가 중요합니다. 정보 하나하나는 정확할지 몰라도 막상 "그래서 이 책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백서 기획에서 구조를 잡는다는 것은 단순히 목차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자료를 하나의 이야기 흐름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백서에 딱 맞는 디자인, 완성도는 내용을 이해한 만큼 나옵니다
기관 실무자들과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간혹 "준비된 원고가 있는데 어째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획까지 과업에 포함되는 게 좋은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는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입니다. 원고를 살펴보면 대부분 특정 사업 추진 현황이나 경과, 여러 가지 정책들, 연도별 변화, 조직도 구성 등등 마치 하나의 보고서처럼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서로 볼 때는 매끄러울지 몰라도 이걸 백서로 옮긴다는 것은 다른 의미입니다. 텍스트를 무작정 책자 디자인에 입히면 독자는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지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관공서 백서 제작 프로젝트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전문 기획팀이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원고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어떤 문장을 강조할지, 어디에 도식화 요소를 적용하면 좋을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포천시 사례도 비슷합니다. 내용은 무겁고 분량도 많은 편이었지만 기획팀과의 협력을 통해 도식화와 시각 요소를 적절히 배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습니다. 독자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좋은 백서 디자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어려운 내용일수록 도식화로 단순하게
백서는 각종 통계 및 수치 지표도 자주 담는 품목인 만큼 적절하게 도식화를 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표를 그대로 옮겨 넣는 게 정확도 측면에서는 가장 확실하죠. 대신 그만큼 가독성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지나치게 그래픽을 많이 삽입하게 되면 관공서에서 발간하는 책자로서 신뢰감을 주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죠. 그런 점에서 포천시 백서의 경우 현황 변화나 대응 절차, 성과 정리처럼 자료의 특징에 따라 밀도를 다르게 조절해 주었습니다. 어떤 페이지는 숫자를 정리하는 데 그쳤다면 다른 페이지는 핵심 문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식으로 균형을 잡았습니다.
이처럼 적절한 도식화는 단순히 예쁘기만 한 장식이 아닌, 독자가 어디를 먼저 봐야 할지 알려주는 이정표인 셈이죠. 관공서 백서 제작 시 원고에 대한 이해와 디자인 기획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복잡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관공서 백서 제작, 핵심은 하나입니다
결국 모든 선택의 기준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이 책을 나중에 펼쳐볼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백서를 만드는 시점에는 담당자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내용이라 해도, 정작 이 책이 필요해지는 순간은 몇 년 뒤 다른 사람의 손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임 담당자일 수도 있고, 감사나 평가를 위해 자료를 찾는 사람일 수도 있고,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다른 지자체의 실무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매끄럽게 읽히는가보다, 시간이 지나 낯선 사람이 맥락 없이 펼쳐도 이해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잘 만든 백서와 그렇지 않은 백서의 차이는 생각보다 늦게 드러납니다. 발간 직후에는 두 책 모두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서가에서 다시 꺼내지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습니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책, 낯선 사람이 읽어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 책입니다. 그러니 백서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열어볼 이유가 있는 책을 만드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