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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 정책

세종 공공기관 백서 제작, 제본방식에 따라 디자인은 달라집니다

인쇄 단계에서 정하기엔 늦습니다

무선제본과 양장, 판면부터 갈리는 지점들

양장 제본으로 만든 백서를 펼친 지면과 표지 색에 맞춘 황토색 가름끈

완성된 책을 받아 들면 가장 먼저 손에 닿는 것은 표지의 단단함입니다. 실로 묶인 내지와 그 위를 감싼 하드커버요. 그런데 이 형태는 인쇄를 넘기기 직전에 정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무선제본으로 갈 예정이던 책이었어요. 그리고 제본이 바뀌면 판면과 표지 디자인까지 함께 움직입니다. 세종 공공기관 백서 제작을 앞두고 계시다면 이 순서를 먼저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세종에 자리한 한 연구기관의 백서가 그랬습니다. 기관과 화상회의로 업무 범위부터 정하고, 보내주신 자료를 취합해 페이지 구성에 맞게 정리한 뒤 문장을 다듬는 윤문까지 마쳤어요. 도서로도 함께 출간될 책자였기 때문에 그림과 표, 출처 표기를 담당 선생님과 여러 번 대조했습니다. 그렇게 원고를 확정하고 디자인을 거쳐 인쇄 단계로 갔습니다. 제본 방식이 바뀐 것은 그 지점이었어요. 백서는 만드는 책자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편에 속합니다. 기획과 디자인, 제작이 각자 제 몫을 하면서 동시에 서로 맞물려야 하고, 한 단계의 결정이 다른 단계를 통째로 끌고 가는 일이 잦거든요. 제본이 그중에서도 파급이 큰 항목입니다.

세종 공공기관 백서, 무선제본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백서는 다년간의 사업이나 정책을 다루는 기록물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앞을 가늠하는 자료로도 쓰이죠. 그래서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서가에 오래 꽂아 두는 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특별한 마감을 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몇 년 뒤에 누군가 다시 꺼내 볼 것을 전제로 만드는 책이라, 형태가 오래 버텨야 한다는 조건이 처음부터 붙습니다.

이 책도 처음에는 무선제본으로 계획했습니다. 그러다 완성도와 안정감을 함께 고려해 양장 제본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양장은 내지를 실로 묶은 다음 하드커버로 표지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내구성이 좋아서 소장 가치가 높은 책자에 많이 쓰이고, 손에 들었을 때 오는 안정감 때문에 선호도도 높은 편이고요. 다만 이 결정은 인쇄소에 넘기기 직전에 내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표지에 쓸 수 있는 종이가 달라지고, 표지에 넣을 수 있는 요소도 달라져요. 표지가 두꺼워지면 책등의 폭도 다시 계산해야 하고요. 방향만이라도 초반에 정해두면 뒤에서 되돌리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예산과 일정에 걸리는 항목이라 늦게 손댈수록 선택의 폭도 좁아집니다.

가운데가 중심이 아닙니다

양장으로 가면 디자인의 중심이 무선제본과 달라집니다. 제본되는 부분이 두껍고 움푹 파인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펼쳤을 때 지면이 평평하게 눕지 않고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니, 물리적인 한가운데를 기준으로 판면을 앉히면 시각적으로 한쪽이 좁아 보입니다. 도면이나 표가 두 면에 걸쳐 들어가는 지면이라면 이 어긋남이 더 크게 드러나고요.

그래서 제본되는 부분을 빼고 남는 면을 기준으로 중심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이미 무선제본을 전제로 판면을 잡아뒀다면 그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고요. 중심이 옮겨지면 본문 한 줄의 길이도 따라 조정됩니다. 좌우로 쓸 수 있는 면이 좁아지면 같은 글자 크기로도 한 줄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달라지니까요. 제본을 인쇄 단계의 선택으로만 보면 이 작업이 통째로 뒤로 밀립니다. 디자인이 거의 끝난 시점에 제본이 바뀌면 이미 승인받은 지면을 다시 열어 하나씩 손봐야 하고요. 세종 공공기관 백서 제작을 준비하실 때 제본 방식을 초반에 확정하시라고 권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제작 과정

그래픽을 걷어낸 자리

디자인 단계에서는 소통이 특히 많았습니다. 처음 보내드린 시안에는 일러스트와 여러 디자인 요소가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담당 선생님께서 그래픽을 최대한 덜어내고 독자가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친절한 백서가 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전체 콘셉트를 차분하고 단아한 방향으로 다시 잡았어요. 방향이 한 번 정해지면 이후 판단이 빨라집니다. 요소를 넣을지 말지 매번 다시 묻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프는 컬러의 톤을 낮춰 본문을 방해하지 않게 했고, 본문은 폰트의 간격과 두께를 조절해 최대한 잘 읽히도록 손봤습니다. 심플하게 가되 중요한 문장은 눈에 들어오도록 남겨두는 쪽이었죠. 그래픽을 줄이면 지면이 허전해 보이기 쉬운데, 그 자리를 여백과 글자 사이의 간격으로 메우는 셈입니다. 덜어내는 결정은 오히려 더 많은 조율을 부릅니다. 무엇을 넣을지 고르는 일보다, 무엇을 빼도 내용이 상하지 않는지 판단하는 일이 훨씬 손이 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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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가름끈까지 한 묶음으로

본문에서는 그래픽을 덜어냈지만 표지는 달랐습니다. 주제를 시각화하기 위해 그래픽 요소를 적용했어요. 지도를 배경에 두고, 청년들이 전 지역에서 균형 있게 꽃피우는 모습을 일러스트로 그렸습니다. 꽃의 위치와 크기, 색상에도 모두 의미가 있어서 요소 하나하나를 담당 선생님과 논의하며 만들었고요. 표지는 한 장면으로 주제를 전달해야 하는 자리라, 요소를 고를 때 근거가 더 필요합니다.

가름끈도 이때 함께 정해집니다. 양장이기 때문에 생기는 요소이고, 색을 따로 고를 수 있거든요. 표지 컬러와 어울리도록 황토색으로 맞췄습니다. 작은 요소지만 책을 펼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라 표지와 따로 놀면 금방 티가 납니다. 표지의 형태와 색이 정해진 다음에야 맞춰볼 수 있는 항목이고, 제본을 먼저 정해두지 않으면 이런 항목들이 줄줄이 뒤로 밀립니다. 제본과 디자인을 따로 떼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본은 마지막 공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판면과 표지가 어떤 모습이 될지를 앞에서 정해 두는 조건에 가깝습니다.

책을 덮으면 황토색 끈이 지면 사이로 늘어집니다. 그 한 줄이 어디서 결정됐는지 되짚어 보면, 결국 인쇄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이었습니다. 제본을 언제 정하느냐가 책의 인상을 어디까지 끌고 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고요. 책의 형태는 마지막에 완성되지만, 정해지는 자리는 늘 앞쪽입니다. 지난 「백서 기획, 방대한 원고를 지면에 앉히는 법」 글에서도 원고와 지면 사이에서 무엇을 먼저 정하는지 다룬 적이 있습니다. 다른 백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에서 이어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기관마다 다른 백서가 어떤 이야기로 완성되는지 그 과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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